
일시적인 효과일 뿐, 근본 대책 필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커피를 이용해 스스로 장세척을 하는 커피 관장이 인기를 끌었다.
많은 여성들은 커피 관장이 장의 숙변과 숙변에서 유발되는 독소를 제거하므로 피부를 깨끗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며 커피 관장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기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커피 관장용 키트가 따로 판매되고 있을 정도지만 셀프 관장이 정말 장을 깨끗하게 만들어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숙변’이라는 말은 사실 서양의학 쪽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본래 대장은 자체적으로 운동을 해 뒤쪽의 대변을 밀어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음식 섭취 후 길어야 4~5일이면 변으로 배출되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변이 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서양의학 쪽에서는 숙변을 일종의 변비라 보고 있으며 대장에 배변이 오래 체류할 경우 대변 속의 균으로 말미암아 배에 불편함을 줄 수 있고 대변 속 발암 물질이 대장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더 나아가 변이 제때 배출되지 않아 전체적인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전반적인 컨디션이 나빠지기에 피부 트러블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병원 피부과 김낙인 교수는 “장 내 대변이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몸의 평형 상태가 깨져 몸 전체에 이상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뉴클리닉 윤성은 원장은 “여드름과 뾰루지 같은 피부 트러블은 여러 원인에 기인한다”며 “보통 피지가 많이 쌓이거나 각질이 두껍거나 여드름 균이 있는 등의 상황에서 여드름이 생긴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원장은 “가령 피지의 증가는 수면 부족이나 여성호르몬의 변화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며 피지를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소위 말하는 숙변이 들어갈 수 있지만 꼭 숙변 때문에 여드름이 생긴다는 식으로 단순화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의들은 피부를 깨끗하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관장과 같은 일회성 방법 보다는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근본적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변비약은 습관성이 있는 제품이 많으며 자가 관장으로 항문의 상처유발 혹은 항문 근처 장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변비의 원인을 찾아 먼저 치료해야 한다며 충고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정은주 교수는 “혹이나 염증으로 장이 좁아져 있다면 이러한 원인을 확인한 후 원인을 교정하는 게 먼저”라며 “근육이 조화롭게 움직여야 배변활동이 원활해지며 근육이 조화롭지 않게 움직이는 환자의 경우에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 교수는 “특별한 질환 없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적절한 운동과 함께 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등 생활방식의 변화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전문의들은 몸에 이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관장이 몸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대목동병원 외과 정순섭 교수는 “집에서 하는 관장은 흔히 숙변이라 말하는 대변을 모두 빼내는 게 아니라 직장이나 에스결장 등의 대변을 배출하는 것”이라며 “집에서 하는 것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장세척을 많이 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관장을 많이 하게 되면 자체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이 없어지는 등 정상적인 기능들을 악화시켜 항문의 기능이 오히려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리 기자 (
kimmil@mdtoday.co.kr)